나무와 풀의 차이


글ㆍ사진/송홍선(민속식물연구소장)

대나무류와 야자류는 땅위줄기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특성이 있이 나무의 성질과 비슷하다, 그래서 넓은 뜻으로는 나무로 취급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수목도감류에도 나무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나 대나무와 야자류는 식물형태학적으로 볼 때 2차 비대생장이 거의 없으므로 특수한 풀로 여기고 있다.

소나무는 나무이며 토끼풀은 풀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식물은 풀과 나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식물 중에는 풀과 나무의 특징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대나무류와 야자류가 그것이다. 대나무류는 땅위줄기가 1년 이상 계속 활동해 죽지 않는다. 나무의 특징과 비슷하다.
그런데 대나무류는 싹이 나오고 나서 짧은 시간 내에 모두 자라기 때문에 줄기의 부피가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 늘어나지 않는다. 즉, 줄기의 형성층 활동이 없다. 따라서 대나무류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 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나무의 특징과 비슷하기 때문에 특수한 풀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나무와 풀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우선 나무에 대해서 알아보자. 나무는 땅위부위의 줄기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살아 있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식물학적으로는 관속식물 중에서 풀이 아닌 것을 모두 나무라고 한다. 식물형태학적으로는 줄기에 형성층이 있어 부피생장을 하는 종자식물을 일컫고 있으며, 넓은 뜻으로는 덩굴식물과 풀이면서도 나무의 형태적 특징을 얼마간 갖고 있는 외떡잎식물의 대나무는 물론 야자류 외에 양치식물의 나무고사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나무는 수목학적으로 목본이나 수목이라고 하며 초본에 대응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나무는 땅 위에서 자라는 줄기의 전부 또는 일부가 겨울 동안 남아 있다가 다음 해에 다시 자라는 것이며,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목질이 발달하여 2차 부피생장을 한다.
나무는 높이가 불과 1∼2cm에서 100m 이상에 달하는 것까지 있으므로, 그 높이에 따라 교목(큰키나무)과 관목(떨기나무)으로 나뉜다. 교목은 다시 아교목(작은 큰키나무)으로, 관목은 아관목(좀나무)으로 구분된다. 교목은1개의 줄기로 되어 있는 반면에 관목은 대부분 여러 개의 줄기로 자라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나무는 교목과 관목 이외에 별도로 칡, 머루 등과 같이 줄기가 덩굴로 자라나는 만목(덩굴나무)이 있다.
나무는 잎의 형질에 따라서 1년 내내 잎이 달려있는 것을 상록수(늘푸른나무)라 하며, 겨울이나 건기에 잎이 모조리 떨어지는 것을 낙엽수(갈잎나무)라고 한다. 상록수 중에는 소나무와 동백나무처럼 1장의 잎이 몇 년 동안에 걸쳐서 생존해 가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녹나무와 굴거리나무 등과 같이 새로운 잎이 난 직후에 오래된 잎이 일제히 떨어지는 것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질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 환경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갖는다.
또한 잎의 형태에 따라서는 소나무와 삼나무같이 잎이 가늘고 길며 단단한 것을 침엽수(바늘잎나무)라 하며, 여기에 비해 상수리나무와 무궁화처럼 잎이 편평하고 폭이 넓은 것을 활엽수(넓은잎나무)라 하여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에는 중간형이 있어 표현하기 어려운 종도 있다.
다음으로는 풀의 정의에 대해서 알아본다. 풀은 국어사전식의 풀이로 하면 목질의 발달이 불량하여 줄기가 연한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풀은 땅위줄기가 연하고 물기가 많아 목질화되지 않는 식물의 총칭이다.
더욱 자세하게 알아보면, 식물학적으로는 관다발식물 가운데 나무가 아닌 모든 식물을 풀이라고 한다. 좁은 뜻으로는 벼과, 사초과, 골풀과에 딸린 키가 작고 초질인 녹색식물을 일컫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로는 벼과에 속하는 식물만을 풀이라고 할 수 있다. 꽃피는 식물로 이루어진 다른 과에도 풀과 같은 많은 식물이 있으나 벼과만 해도 현재 약6,000에서 1만종의 풀이 있다.
풀은 식물학적으로 초본이라 하며 목본에 대응하는 말이다. 목본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줄기의 관다발에 있는 형성층(부름켜)이 1년으로 그 기능이나 활동이 멈추고, 처음에 생긴 것 이외의 물관부가 2차 부피생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또한 풀은 지상부와 지하부가 1년 이내에 죽어버리는 것을 일년초(한해살이 풀)라 하고, 종자에서 발아한 것이 겨울을 지나 다음해 봄부터 가을까지 꽃피고 열매맺는 것을 이년초 또는 월년초(두해살이 풀)라 한다. 일년초나 이년초는 일생에 단 한 번 꽃피고 열매맺는다. 이것에 비해 땅속부위가 적어도 몇해 이상 생존하며 일생 동안에 여러 번 꽃피고 열매맺는 것을 다년초 또는 숙근초(여러해살이 풀)라 하여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년초와 이년초는 뿌리가 수염모양으로 난 것이 많지만, 다년초는 지하부에 덩이뿌리, 덩이줄기, 비늘줄기 등과 같이 땅속줄기, 뿌리, 잎이 변형된 저장기관을 갖는 것이 많다.
그리고 야자나무과 식물을 비롯하여 대나무나 조릿대류는 강건한 줄기를 갖고 있으며 땅위부위는 식물 전체가 죽을 때까지 살아 있어 나무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제2차 부피생장을 하지 않으므로 이론적으로는 풀에 속하기 때문에 특수한 풀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풀들은 꽃피는 주기가 종류에 따라 다른데, 대나무류는 한 번 꽃피고 열매맺고 나면 죽는 것이 많다. 야자류는 매년 꽃피고 열매맺는 것이 대부분이나 사고야자와 같이 한 번 꽃피고 열매맺고 나면 죽는 것이 있다. 뿐만 아니라 풀은 바나나 등과 같이 한 번 꽃피고 열매맺고 나면 어미그루가 죽고 대신에 새끼그루가 생기거나 완전한 종자를 만드는 것도 있다.
끝으로 나무와 풀의 차이점을 정리해 본다. 나무는 땅위줄기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부피생장을 하는 반면에 풀은 땅위줄기가 1년으로 그 활동이 멈추고 목질의 발달이 불량한 특징이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대나무류와 야자류는 땅위줄기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살아 있고 부피생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나무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식물은 식물형태학적인 부피생장이 아니므로 특수한 풀로 취급되고 있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